최근 영화 ‘해운대’를 보면서, 재난의학(Disaster Medicine) 혹은 재난정신의학 측면에서 느낀 바가 적지 않았다. 영화 해운대는 갑작스런 쓰나미로 인해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설사 살아남았다 해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같은 여러 정신과적 후유증이 생길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경우 영화처럼 50미터 높이의 ‘메가 쓰나미’가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한 과학칼럼니스트의 글을 보면 일단 안심이 되지만 사람 일을 어떻게 알겠는가. 실제 한 지인(知人)이 문의를 해 왔다. ‘해운대 영화를 보면서 불안감을 느끼게 됐다’는 게 문의 배경이었다. 그는 먼저 “부산 바닷가 근처에 사는 사람으로서 다소의 불안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바닷가에 살 지 않으면 전혀 느끼지 못할 부분이지만, 주변에 사는 분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된다. 이처럼 해운대를 보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정신과 의사 소견으로 봤을 때 그 스트레스는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 ‘주변을 떠나든가, 아니면 정신적으로 합리화를 하던가’ 둘 중 하나다. 굳이 스트레스까지 받으며 살 필요가 없고, 물리적으로 해결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주변 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과를 찾는 분들이 늘고 있는 게 사실이기도 하다. 당신은 어떤 쪽을 선택할 것인가. 참고로 US 뉴스 앤 월드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는 매년 “당신의 삶을 향상시키는 50가지 방법”이란 특집기사를 내고 있다. 2007년에는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의 땅을 사라’는 글이 50가지 방법 중 하나로 소개됐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의 상승, 허리케인·기후변화 등으로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바다 조망이 가능한 주택의 매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쪽에 신경을 쓴다면 가급적 바다 멀리 산 쪽으로 이사를 가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참고로 올 4월 서울대 환경대학원 양병이 교수는 언론기고를 통해서 ‘2100년까지 해수면이 약 1미터 혹은 그 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또 ‘해수면 상승으로 30~60년 이내에 해안침식이 예상되는 지역에 대해 미국정부는 주택 신축을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쓰나미가 올 확률은 거의 없다’는 개인적인 확신을 바탕으로 ‘불안감 보다는 현재 조망권에 더 만족한다’는 자기합리화를 할 수도 있다. 해수면 상승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주장도 있다. 프레드 싱거·데니스 에이버리가 쓴 ‘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라는 책에 의하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미미한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는 주장도 분명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영화로 인한 스트레스를 떠 안고 살지 말라는 것이다. 의사의 관점에서 주변환경으로 인한 개인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갖지 말고, 설사 갖더라도 그때 그때 풀어가며 살라고 권고하고 싶다. 어려우면 의사와 상담하면 된다. 그만큼 복잡한 세상이다. - 출처 : 조선닷컴 | 작성일:2009년 10월 20일 11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