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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승모의 정신 맑은 세상 19 - "행복바이러스 전파 거리는 1.6km"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1-01-12
이메일 hanjungwoo.82@gmail.com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 2009년 12월호는 100대 글로벌 사상가를 선정해서 발표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65위), 자크 아탈리(86위), 폴 케네디(100위) 같은 저명인사를 제치고, 하버드의대의 니콜라스 크리스타키스(Nicholas Christakis) 박사가 50위에 선정됐다. 의사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전문가로 공인받은 셈이다.

사회학 박사이기도 한 그는 1948년부터 시작된 프레이밍햄 심장연구(Framingham Heart Study)에 참여한 사람들의 신상정보를 면밀히 분석,‘비만, 흡연, 행복 등이 전염병 처럼 전파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가 파울러박사와 함께 지난 9월 출간한 ‘커넥티드(Connected)’는 꼼꼼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비만과 마찬가지로 행복도 3단계의 사회네트워크를 통해 주변 사람에게 전파된다고 한다. 하지만 비만이 전파되는데 거리가 수천 km 떨어져 있어도 상관이 없는 반면, 행복의 경우 1.6km라는 일정한 거리 안에 위치한 사람들 사이에서 효과가 나타난다. 거리가 가까울수록 효과가 커진다. 경제·교육수준이 높은 곳과 행복수준이 높은 곳 사이에 지리적 분포가 일치하지 않았다. 타워팰리스 같은 고가 아파트가 아닐지라도 마음이 통하고 행복한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게 행복의 지름길일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행복이 3단계의 네트워크를 통해 전파된다는 연구결과는 시골지역에 거주하는 1만명의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입증되었다. 도시의 규모나 문화적 배경 등 여러 측면에서 프레이밍햄과 차이가 나는 서울에서 연구를 해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대중교통수단이 잘 갖춰지고 교통체증이 해소된다면 1.6 킬로미터라는 거리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초고층 아파트가 주된 주거수단이 돼가고 있는 한국에서 수직적 거리가 행복과 어떤 관계가 있을 지도 궁금하다. 크리스타키스 박사는 이웃집의 행복이 나의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하였는데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는 아파트의 옆집보다는 층간소음이나 각종 배관의 하자로 인해서 윗집 혹은 아랫집과 교류가 많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싶다.

동창회나 아파트 입주자 모임과 같은 친목모임의 인터넷 카페가 활발하게 꾸준히 유지되는 경우는 드물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따로 노는 경우가 많다. 문자 메시지나 전화로 할 수 있는 얘기와 직접 만나서 할수 있는 얘기는 내용과 깊이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달려가서 맥주나 커피를 같이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야 감춰두었던 마음속 얘기도 나오면서 정서적 교류가 가능한 걸 보면 물리적 거리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정신분석적 치료과정에서 전화상담보다 직접 만나서 하는 면담을 중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행복한 사람들과 가깝게 어울려 살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면 좋겠다.

대구 성동정신병원 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

출처 - 1등 인터넷 뉴스 조선닷컴
작성일:2010년 05월 13일 0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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