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씨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외국계회사에 다니고 있는 31세의 여성이다. 사귀던 남자친구를 통해서 성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 난 직후 불안발작이 발생하여 정신과를 찾았다. 그녀는 20대 중반에도 비슷한 증세로 몇 달간 정신과치료를 받고 호전된 적이 있다. 다행히 이후 아무 증상없이 최근까지 잘 지내왔다. 진료실에서 그녀는 남자친구에 대한 배신감과 함께 자신의 병에 대한 분노와 슬픔을 표출했으며 남녀관계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몰려왔다. 그녀가 호소한 불안증상은 예전에 경험했던 것과 양상이 달랐다. 시야가 흐려졌고, 머리가 묵직하게 아프고, 팔다리의 감각저하와 함께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이러한 증상들이 생기면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최근 2-3년에 걸쳐서 월경주기가 불규칙해졌으며, 유방에서 분비물이 나온다는 것도 면담을 통해 드러났다. 조사 결과 프로락틴 수치가 상승됐으며, 뇌영상검사를 통해 뇌하수체 선종(pituitary adenoma)이라는 양성종양이 확인됐다. 수술로 종양을 제거한 뒤 그녀의 불안증세는 사라졌다. 이후 그녀는 남자친구와의 관계에 대한 문제들을 다루는 심리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독일 막스플랑크 정신의학연구소의 연구진은 2009년 유럽내분비학잡지(European Journal of Endocrin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뇌하수체 선종이 있는 환자군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리검사에서 불안과 관련 있는 검사수치가 대조군에 비해 상승돼 있음을 보고한 바 있다. 의학적 질환으로 인한 불안증상은 매우 흔하며,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불안장애의 증상과 유사한 증상들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에 감별진단이 중요하다. 35세 이후에 불안증세가 시작된 경우, 불안장애의 과거력이나 가족력이 없는 경우, 불안증상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특별한 상황이 없는 경우, 불안을 경감시키는 약물치료에 호전이 잘 안 되는 경우 의학적인 질환에 의한 불안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외관상 건강해 보이는 환자에서도 부정맥, 갑상선 질환, 과도한 카페인 섭취, 약물남용처럼 불안증상을 흔히 수반하는 경우가 아닌지 면밀한 평가가 필요하다. 원인이 되는 의학적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치료의 일차적인 목표가 된다. 원인이 되는 질환의 상태가 호전되면 대개 불안증상도 호전된다. 미국의 정신과의사인 시드니 워커(Sydney Walker)박사는 어떤 정신적 문제에 대해 심리치료를 받고자 한다면 의학적 평가 및 치료를 도외시하고 심리치료를 하는 경우보다는 의학적 평가와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정신과의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안증상의 호전을 위해 외과적 처치가 필요했던 위의 증례를 보면 그의 주장에 일리가 있어 보인다. 출처 - 1등 인터넷뉴스 조선닷컴 | 작성일:2010년 05월 13일 03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