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페이스북 시대의 인간관계 (영남일보 사설칼럼 2011-01-11) 최근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e메일을 받고 페이스북을 시작하게 됐다. 이해하기 힘든 용어나 특수기호가 없고, 모든 화면이 한국어로 표기되어 있어서 사용하기 편하고 미국에서 들어온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라는 느낌이 별로 안든다. 페이스북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실명으로 활동하고 있고, 본인 사진, 친구명단과 함께 학력, 직장 등의 정보가 자신이 선택한 범위 내에서 공개되고 있으니 비교적 투명하고 신뢰에 기초한 인간관계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친구에 한해 댓글달기가 가능하므로 친구관리만 잘 하면 악성 댓글로 고생할 가능성도 적을 것 같다. 페이스북에 등장하는 콘텐츠는 가족, 친구들 사진이나 맛있는 요리, 좋아하는 음악, 감명깊게 읽은 책 소개 등 취미와 관련된 것이 주종을 이루지만, 전문분야의 현안에 대해 토론하는 공부의 장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자신에 대해 보도된 신문기사나 방송프로그램을 클릭만 하면 다시 볼 수 있게 링크를 걸어두는 것도 가능한데, 개인 브랜드가치를 끌어올리는데 활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인물정보를 유료로 제공하는 모 회사에서 언젠가 인맥관계를 그림으로 도식화해서 보여주는 서비스를 시작하는 시점에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고 광고를 했다. 개인적으로 잘 아는 교수님 등 몇몇 분들의 인맥관계를 검색해 보았더니 현실과 상당히 괴리가 있었던 것 같다. 페이스북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수천 명의 친구명단을 갖고 있다고 해도 거품일 가능성이 많다. 정치인이나 연예인 지망생처럼 대중적 인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친구신청을 해서 친구 숫자만 늘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중요한 문제를 의논하거나 여가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이 누구인지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평균적인 미국인의 경우 이런 친밀한 관계인 사람이 대개2~6명인 경우가 많았다. 이는 '행복은 전염된다'의 저자인 하버드의대 크리스태키스 박사팀의 연구결과인데, 한국에서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크리스태키스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행복의 확산에는 서로간의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야 하며, 얼굴을 맞대고 상호작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1.6㎞ 안에 사는 친구가 행복하면, 그 사람도 덩달아 행복할 확률이 약 25% 증가하는 반면, 1.6㎞ 밖에 사는 친구의 행복은 아무 효과도 미치지 못했다. 거리와 무관하게 페이스북을 통해 이루어지는 교류가 행복에 미치는 효과는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당신의 삶을 향상시키는 50가지 방법'을 특집으로 다룬 2010년 12월호 US 뉴스 앤 월드리포트(US News World Report)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고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비즈니스에서 신뢰를 구축하는 데 문자메시지나 전화보다는 직접 만나서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삶의 전부일 수는 없다. '페이스북 중독'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을 정도가 되어선 곤란하다. 현실적인 상황에 따라 전화, 문자, 편지, 모임참여 등 여러 교류수단과 적절하게 배합되어 인간관계에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하는 정도가 어떨까? 한국사회에서 대학이나 언론사에서 주관하는 최고위과정이나 CEO아카데미에 많은 지도층인사들이 몰리는 현상도 원우수첩에 자신의 사진을 올리고, 강의실과 회식자리 등에서 이뤄지는 만남을 통해 인적 네트워크를 확장함으로써 페이스북을 능가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새해에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여러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 성승모(성동병원 정신과 전문의·의학박사) |